인연, 털실, 그리고 다이아몬드
수년 전, 중국인 친구로부터 ‘붉은 색 털실’ 이야기를 들었다. 인연이 닿아 있는 두 사람은 보이지 않는 붉은 털실의 끝과 끝을 잡고 있어서, 아무리 멀리 떨어져 있더라도 그 털실을 따라 열심히 살다보면 결국 다시 만나게 된다고 한다.
4월의 탄생석인 다이아몬드는, 털실 끝을 잡고 있던 연인들이 현실 속의 인연을 시작하는 심벌이다. ‘Adamas’, 그리스어로 ‘정복할 수 없는’이란 뜻을 지닌 다이아몬드는 용기, 정직, 부귀, 성공, 부부간의 화합, 행운, 영원한 젊음 등 강하고 희망적인 의미만을 상징하면서, 반지로 착용했을 때 곤경과 유혹을 물리칠 수 있다고 믿어졌다.
왼쪽 약지에 반지를 끼는 이유는 고대 이집트인들이 왼쪽 약지의 혈관이 심장(즉, 사랑)에 가장 가까이 연결돼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내가 좋아하는 이야기는 이렇다.
두 손바닥을 마주 하고 두 개의 중지를 각각 연인이라고 상상한 다음, 서로 껴안는 포즈를 취한다(쉽게 설명하면, 두 개의 중지를 그냥 구부리면 된다). 그리고 각 손가락을 떼어본다. 결과는, 다른 손가락은 다 떼어지는데 약지는 아무리해도 떨어지지가 않는다. 즉, 떨어질 수도 뺏어갈 수도 없는 영원한 사랑을 표현하는 징표로 약지에 반지를 낀다는 것이다.
다이아몬드 사이즈가 행복과 비례하느냐, 얼마만큼 돈을 투자하면 남들만큼 해주는 거냐는 질문을 자주 듣는다. 가격이 같을 경우, 크기(캐럿의 무게)를 중시해야 할지, 투명도를 중시해야 할지 물어보기도 한다. 심지어는 턱없이 짤막한 키에 얼굴만 큰 다이아몬드(평평하게 깎은 위쪽은 크고 깊이는 지나치게 얕은 다이아몬드)를 구해 달라는 사람도 있다.
다이아몬드는 캐럿, 투명도, 색상, 컷에 의해 평가된다. 컷은 각도와 이상적인 비례로 조화롭게 갈고 닦은 후 보석으로 탄생하게 되는데, 이런 작은 면들의 어우러짐이 광택과 번쩍거림을 만들어 낸다. 비례가 좋지 않으면, 빛의 흐름이 옆으로 혹은 아래로 빠져나가, 결국 최상의 다이아몬드가 되지 못한다. 그래서 투명도가 좋지 않다면 색상과 컷이라도 좋은 다이아몬드를 구입하는 게 좋다.
다이아몬드도 중요하지만, 내 인연을 소중히 하고 그 인연으로 맺어진 내 가정을 소중히 여기면서, 미울 때나 아플 때나 조금씩만 참고 한코 한코 꿰어간다면, 먼 훗날 완성될 두 사람만의 털실 작품이야말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예술작품으로 승화돼 그들만의 역사로 전해지게 될 것이란 믿음은 변함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