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 ] 불편한 편의점

불편한 편의점 | 김호연 저 | 나무옆의자
얼마 전부터 많은 사람들이 읽고 있다는 소설을 드디어 저도 읽었습니다.
단숨에 읽어 버렸는데, 다 읽고 나니 참참참 세트가 그리워집니다. (책에 나옵니다. 이미 읽으신 분은 아실 거고, 그렇지 않으시다면 집중이 잘 되지도 않는 어느 날 얼마 간의 시간을 나에게 선물하고 싶은 분은 사서 읽으셨으면 합니다.)
선생님이셨던 사장님은 아싸 편의점을 운영하십니다. 물건이 많이 있는 것도, 잘 나가는 물건이 있는 것도, 마케팅용으로 이런저런 1+1과 같은 제품들도 다양하지 않은 편의점, 그래서 사람들은 불편한 편의점이라고 합니다. 동네 근처에 편의점이 2군데가 더 생기면서 겨우 겨우 버티고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연금으로 자신의 생활은 할 수 있는 사장님은 이곳을 직장으로 삶을 지켜내고 있는 직원들을 위해서 계속 유지하고 있습니다. 문을 닫을 것만 같은 이곳은 아마도, 그 이름 저럼 always, 24시간 불을 밝히며 그 자리에 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책을 다 읽고 난 지금, 그 자리에 계속 있어 주었으면 하는 그런 곳이 되었습니다.
있을 법한 이야기가 소설이 되면, 나의 이야기, 나와 가까운 누군가의 이야기, 내 마음의 푸념이 적혀있는 문장을 발견하게 되면 소설은 소설이 아닌 나와 이웃의 이야기로 살아납니다. 불편한 편의점이 정말 빨리 읽히는 이유와 많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이유는 문장에서 우리들의 마음이 읽혔기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있을 법한 이야기가, 드라마의 소재와 같은 이야기가 더 드라마틱한 문장으로, 우리가 만나는 배우들의 모습이 아닌 글을 입은 내 이웃들이 연기가 아닌 실제로 읽히고 보이기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편의점에서 일을 하고 있는 직원들, 유니폼을 벗고 사복을 입고 맞이하는 현실에서의 삶들, 늦은 밤 퇴근길에 들려 하루를 마감하는 사람, 열심히 자신이 맡은 일을 묵묵히 하는 이를 지켜봐 주고 응원해 주시는 이웃 할머니, 어디서 들어 본 것 같은 이유 때문에 불편한 편의점 사장님에게 떼를 쓰고 있는 사장님의 아들 그리고 그가 고용한 흥신소 아저씨. 서울역에서 사장님을 만나게 된 독고. 이들의 이야기는 인생의 마지막이 될지 모르는 글을 쓰기 위해서 편의점 앞 빌라에서 3개월을 지내게 된 작가에 의해서 세상에 태어나게 됩니다.
서울역에서 노숙자로 살아가며 과거를 잃어버린 독고는 불편한 편의점에서 다시 일어서게 됩니다. 어렵고 힘든 시간을 이겨내는 그렇고 그런 이야기가 될 수도 있었던 이 소설은 그렇고 그렇게만 읽고 덮어버리기에는 뭔가 짠... 해지고 긴 여운이 남습니다. 갑자기 빠른 전개로 후반부가 마무리가 되는 부분은 마치 밤 쉬프트를 마무리하고 퇴근을 준비하는 편의점 알바 생의 빠른 손놀림과 같지만, 비닐봉지에 든 컵라면에 물을 붓고 3분은 기다리고 더운 국물을 후후 불며 배를 덥히는 시간과 배부름의 행복을 느끼는 감정처럼 느껴집니다. 그것이 왜 그러한지는 내게 또박또박 묻고 싶지는 않습니다. 그저 오늘 하루에 감사하고, 내 가족의 이야기를, 내가 사랑하는 이의 이야기를 잘 듣고 있는지, 그들과의 시간은 얼마나 보내고 있는지를 물어보게 됩니다.
행복이 별거 아니에요. 행복은 가까이서 찾으세요. 행복하고 사랑해요. 감흥도 없이 뱀뱀 도는 행복과 소통의 이야기들이 쏟아내는 문장들 속에서 이 책은 불편한 편의점 Always와 같이 내가 가지고 있는 불편한 시간과 공간에서 작은 것부터 청소하고 정리하고 다듬으며 불편한대로 그 안에서 타박타박 오늘도 걸어 나가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1+1으로 된 초콜릿을 보게 되면, 이 책을 또 떠 올릴 것 같습니다.